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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브린들리가 알 거예요. 저 아이가 역사 과목의 전문가거든요.” 그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저 아이는 나에게 무얼 하려는 거야?
“브린들리”, 애덤스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다. “알렉산더 대왕은 어디 출신이었지?”
“그러니까…. 영국?”
“틀렸어. 아는 사람?”
줄리엣이 손을 들었다. 애덤스 선생님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케도니아입니다.”
“맞았어. 그럼 그가 최초로 정복했던 나라는?”
“그리스입니다.”
“또 맞았구나, 잘했어. 누군가는 여름 방학 동안에 교과서를 읽었다니 기쁘구나. 자 이제 로마 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수업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은 내일 수업 전까지 교과서의 첫 장부터 세 단원을 읽어오라며 범위를 정해주었다.
* * * * *
대수학은 영어와 역사 과목들만큼 어려웠다.
왜 컬드웰 선생님은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으신거야?
“부에나스 따르데스 에스투디안테스.” (좋은 오후입니다, 학생여러분)
산도발 선생님께서 스페인어 수업을 시작하며 말했다.
몇몇의 아이들이 인사에 답했다. “부아나스 따르데스, 세뇨라 산도발.”
“에스 운 헤르모소 디아.” (날씨가 너무 좋아요.) 엠버가 말했다.
나는 교실 뒷편에 앉아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엠버가 말한 문장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 말은 선생님을 웃게했다. 선생님은 내 쪽을 바라보았고, 나는 무너져내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 지 예상했기에.
“꼬모 테 일아마스, 호벤?” (이름이 무엇인가요, 청년?)
나는 선생님의 어조를 듣고 그것이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의 이름을 물어보았어.”
“아, 찰리 브린들리입니다.”
“엘 티네 운 리게헤로 프로블레마 멘탈,” (그는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요) 엠버가 말했다. 몇몇 학생들이 키득거렸다. 나는 정신적 문제라는 부분만 알아들었지만 나머지 부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오, 시엔토 무쵸 에스쿠차르 에소,” (이런, 참 안됐구나.) 산도발 선생님이 말했다.
“너의 학습을 위해서 조금 천천히 수업진행을 시작해야겠구나.”
엠버의 웃음은 조롱에 가까웠다.
저 아이는 왜 나를 싫어할까?
나는 교과서를 펼쳐서 내 얼굴 앞으로 들어올렸다.
* * * * *
학교가 끝나고 나는 학교 버스를 기다리며 인도 위에 서 있었다.
“줄의 제일 뒤로 가라, 돌대가리야.”
“뭐라고?”
주근깨투성이 얼굴을 가진 크래머였다.
“네가 내 자리에 서 있잖아. 줄 뒤로 가라고, 거기가 네가 있어야 할 자리야.”
“줄이 없는데.”
“줄이 곧 생길 거고,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이 내 자리야.”
그는 나를 뒤로 떠밀며, 내 책들을 땅에 내던졌다. 다른 아이들이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허리 부분을 잡았다. 크래머는 무릎을 들어 올려 내 배를 가격했다. 내가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때, 그가 내 가슴을 가격하며 나를 때려눕혔다. 다른 아이들이 웃으며 말했다.
“브린들리, 어서 반격해.”
나는 벌떡 일어나 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어깨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 애를 가격한 위치는 그의 단단한 근육이었다.
곧 그가 내 얼굴을 주먹으로 쳤고, 나는 넘어졌다. 무릎을 꿇고 넘어진 나는 눈을 비볐다. 그때 학교 버스가 도착해서 멈추었고, 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위해 나를 지나쳐가며 나를 비웃었다.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버스에 탄 학생이었다. 나는 버스 운전사의 바로 뒷좌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 * * * *
학교에 다닌 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점심시간에는 어디에 숨어있으면 되는지 적합한 장소들만 알아내었을 뿐이었다. 내가 어떠한 질문에도 정답을 맞히지 못하자, 선생님들은 결국 나에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셨다.
여섯 개의 전 과목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교실 뒤편에 앉아 그저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했다. 노트에 적고 과제에 대해 읽었지만 나는 이해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수업에 참여했으며, 항상 자신들의 지식을 자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었는데, 특히 여학생들이었다. 그리고 물론 엠버.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선생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 * * *
나는 영어 수업을 마치고 나와 역사 수업 교실로 서둘러 향했다.
“어이, 이 자식.”
나는 크래머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의 세 명의 한 패거리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오, 안돼. 또 시작이라니.
“너는 같은 멜빵바지를 매일 입는 거니?”
나는 내 옷을 내려다보았다. 사실, 나에겐 이런 멜빵바지가 네 벌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일주일에 세 번 빨래를 해주셨다. 우리 집 뒤 베란다에는 탈수가 되는 세탁기가 있었다. 아버지와 레오 삼촌이 고물 수집장에서 찾아낸 오래된 전기 모터로 세탁기의 드럼통이 돌아가도록 만드셨다. 어쨌든 내 멜빵바지들은 다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었다.
“그 밀가루 부대 같은 셔츠도 매일 같은 거니?”
“응, 아마도.”
“너희 엄마한테 다음번에는 마대를 사용해서 만들어달라고 하렴. 그게 너에게 더 딱 맞는 스타일이니까.”
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그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다시 나를 돌아보았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대꾸할 만한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제 3장
2019년 3월 23일
“케이틀리온, 내 말 좀 들어보렴. 우리는 18년 동안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 이제 너는 밖으로 나가 너의 인생을 사는 거야. 대학교에 가고, 회사를 운영하고, 여행도 하고. 그렇지만 약속해 주렴, 너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서, 인생을 충만하게 살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의 작은 케이틀리온은 주름진 내 늙어버린 손을 그녀의 볼에 가까이 가져갔다.
“저는 할아버지를 보낼 수 없어요.”
“그래야만 한단다, 아가야. 의사가 이젠 때가 되었다는구나.”
나는 그가 있는 쪽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손녀가 뒤에는 아무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네가….”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나를 위해서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를 사다 준다면 좋을 것 같구나. 그래 줄 수 있겠니?”
손녀는 코를 훌쩍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것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겠니? 간호사 말로는 오늘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더구나.” 그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가 일어섰다. “10분 뒤에 돌아올게요. 감자튀김도 좋아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미소를 그녀에게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병실을 나섰다.
“당신이 그곳에 도착하면, 헛간 안의 다락에서 아이패드를 찾아보세요.” 파란 옷의 의사가 말했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 겁니다. 백과 전서, 위키피디아….” 그는 앞에 놓인 빛이 나오는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초록빛이 그의 얼굴에 비쳤다. 그는 자기의 손가락을 화면 위에서 미끄러지듯 밀어서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의회 도서관의 모든 책과 미국 특허청의 모든 발명품,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약의 제조법과 설명,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더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태양열로 충전되는 전지판도 있지요. 당신은 이 모든 걸 숨겨 두어야 해요.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헛간이라니? 어떤 다락방을 말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둥그런 헛간 말이에요. 노트북을 사용할 줄은 아시죠?”
“네, 하지만 저는 걷지를 못해요. 당신은 나를 구급차로 그곳에 데려갈 건가요?”
“아닙니다, 당신은 날아서 갈 거예요.”
나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아, 알겠어요.”
“우리에게는 몇 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요. 모든 지시 사항은 ‘지시 사항’이라고 적힌 폴더 안에 적혀 있을 겁니다.”
그렇게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로 표시해 둔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적어놓은 것도 아니잖아.
“무엇에 대한 지시 사항들인가요?”
“그곳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은 어느 분야의 의사 선생님인가요?”
순간 내 심장이 갑자기 펄떡거리며 크게 뛰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당황스러웠다. 내 숨이 몇 초간 멈추었다.
“...그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
“무슨-” 내 다리에서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 하지만 당신은 우리에게 연락하지 못할 거에요.”
“누구에게 연락한다는 거요?”
정말 이상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내 속에서 흘러 다니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다음에는 길게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쉭 하며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앞의 터널에서 나오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철렁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제4장
1945년 9월 27일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한 철렁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통증은 없었다. 그저 머릿속이 잠시 윙 울리다가 나의 몸 전체가 따끔거렸다. 마치 나의 모든 혈액이 내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즉시 거품이 있는 어떤 물질과 혼합된 새로운 피로 교체된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로 기분이 좋았고, 내 시야가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고 정확해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이 새로운 기분을 음미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보니 저스틴 크래머의 못난 얼굴이 보였다.
“내 말이 들리냐, 이 머저리야?”
“너 방금 우리 엄마에게 뭐라고 했어?”
“너희 엄마가 바느질을 끔찍이도 못 한다고.”
그는 엠버와 두 친구를 돌아보며 웃었다.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선 후 내 멱살을 잡았다.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반응했다. 그의 손을 잡아 손등 위의 손목에 압박을 가했다. 그의 무릎이 꿇렸고 비명을 질렀다.
그가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나에게 휘둘렀을 때, 나는 그의 손목을 더욱 꺾었고 그를 바닥을 향해 밀었다.
맙소사, 나에게서 이런 힘이 어디에서 나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