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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름이 뭐니?” “엠버 콜드스트림이요.”
“어쩐지 낯이 익었다 했어. 품사에는 무엇이 있는지 말해보렴.” 다른 학생들이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엠버는 미소를 지으며 품사들을 말했다.
저 여자아이는 참 귀엽게 똑똑하기까지 하구나.
“잘했구나, 엠버.” 그는 교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형용사란 무엇이지?”
조금 전과 같은 여학생들이 이번에도 손을 들었다.
“브린들리?”
오, 세상에. 왜 저 선생은 왜 나에게 자꾸 이런걸 묻는 거야?
나는 펼쳐진 책을 들여다보며 움직임 없이 조용히 있었다. 이 지구상의 표면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고, 모두가 나를 쳐다보며 나의 무식함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런, 브린들리는 수학 문제에만 깊이 빠져있는 모양이구나, 그래서 다른 반응에는 대답도 않는가 보군.”
몇몇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는데 유난히 한 남학생의 웃음소리가 다른 아이들보다 크게 들렸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헨리 위트. 그는 반응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도 모를 게 분명했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니?” 다른 학생에게 선생이 물었다. “윌리엄 더모트 입니다.”
“그래, 윌리엄. 형용사란 무엇이지?”
왜 저 선생은 나만 성으로 부르고 다른 학생들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일까?
“아…” 윌리엄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바닥을 그리고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사람, 장소 또는 물건?”
“틀렸다. 사람, 장소, 물건을 가리키는 품사는 무엇인지 아는 학생?”
이번에도 손을 든 것은 그 여섯 명의 여학생들이었다.
콜드스트림 선생님은 교실 앞쪽을 성큼성큼 걸어서 손을 들고 있는 여학생의 앞에서 멈추었다. “너는 누구니?”
“줄리엣 더모트요.” 그녀가 손을 내리며 대답했다.
“정말이니? 그럼, 저기에 앉은 윌리엄 더모트를 아니?
“몰랐다면 참 좋았을 거예요.” 그녀는 윌리엄을 쳐다보았다.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겠니?”
“명사입니다.”
그녀는 엠버처럼 예뻤고, 똑똑했다.
“맞아. ‘- 하게’로 끝나는 단어들 대부분을 뭐라고 부르지?”
제발 나에게 다시 질문하지 말기를. 나는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른다고.
“부사요.” 줄리엣이 대답했다.
“맞았어.”
시간이 이렇게 천천히 흐른 적은 처음이야. 아, 부사는 배웠었는데.
“이제 문장의 구조에 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할까?” 콜드스트림 선생님은 칠판 위에 “재빠른 갈색 여유가 게으른 개를 뛰어넘는다.”라고 적었다.
문장의 구조라고? 저건 여우하고 개잖아.
콜드스트림 선생님의 55분간의 중학교 3학년 영어 교실은 55시간처럼 느껴졌다. 종이 울리는 소리가 매우 듣기 좋았다. 나는 책을 집어 들고 서둘러 강당으로 향했다.
“안녕, 돌대가리.”
나는 키가 큰 소년이 벽에 기대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그는 붉은색 머리와 수천 개는 되어 보이는 주근깨가 있었다.
“여기서 뭐하니?”
또 다른 소년이 두 명의 소녀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며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역사 수업 들으러 가고 있는데.”
“아니 내 말은, 고등학교에서 뭐 하고 있는 거니?”
그런 뜻의 질문인 줄은 몰랐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너는 중학교를 먼저 나왔어야지.”
내가 나온 학교는 1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만 있었고 중학교 3학년 교실은 없었다.
“아.”
“정말 바보구나.” 다른 소년이 말했다. 그 아이는 헨리 위트였다.
“저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뭔지도 모른다고.” 엠버가 말했다. 모든 학생이 나를 보며 비웃었다.
“나는 너의 멜빵바지가 참 좋아.” 엠버가 말하며 키득거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이 건물에서 당장 뛰쳐나가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곳으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오도록 나를 다잡았다.
역사 수업 교실을 찾아야만 해.
나는 강당을 내려 걸어간 후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교실을 지나친 것 같군.
나는 소녀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뒤뚱뒤뚱 걷는 팻시는 크고 뚱뚱하대요.” 복도에서 모퉁이를 돌자 네 명의 소녀들이 과체중으로 보이는 소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뒤뚱뒤뚱 걷는 팻시는 크고 뚱뚱하대요,” 라고 노래를 부르며 몸집이 큰 소녀의 두 볼에 눈물이 흐르는 아이를 놀려댔다. 그 불쌍한 소녀는 사물함을 등지고 있었고 달아날 곳이 없었다. 그 소녀의 하늘색 눈동자는 눈물로 가득 찼다. 그 소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고 머리를 사물함에 기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구불거리는 긴 금발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소녀는 체구가 컸는데, 몸무게가 250파운드 이상은 되어 보이는 듯했다. 그렇다고 한들 왜 그 소녀를 놀리는 거지?
그곳을 지나가는 학생 중 몇몇은 소녀를 보고 비웃거나 짓궂은 말을 건넨 후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거나 무엇이든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 중에는 엠버 콜드스트림도 있었다. 나는 영어 수업 시간에 받았던 수치를 다시금 모두에게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팻시를 놀리는 것에 싫증이 난 네 명의 여학생들은 그 유치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팻시는 사물함을 열고 손수건을 찾았다.
이 소녀에게 내가 뭐라고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녀가 안 되었긴 하지만, 나는 말솜씨가 없잖아. 틀림없이 바보 같은 말이나 건네겠지.
팻시는 네 명의 여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사물함에서 책을 몇 권 꺼내었다. 나는 한동안 고민했지만, 그녀가 뒤를 돌아 이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역사 수업이 있는 교실을 향해 자리를 피했다.
점심시간은 더욱더 끔찍한 경험이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옆 테이블에 앉은 소년이 말했다.
“소똥 냄새.” 다른 아이가 답했다.
“어디에서 나는 냄새일까?”
“아 저기, 그 촌놈에게서.”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돌대가리?”
나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달걀 샌드위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이가 소똥 샌드위치를 먹고 있어.”
다른 남학생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옆 테이블에 관심을 집중했다.
“도시락 싸 온 사람은 밖에서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었니?”
“맞아, 그게 규칙이야.”
“아마 그가 품사들을 다 배우게 될 때쯤에서야,” 한 소녀가 말했다. “규칙서를 읽을 수가 있겠지.”나는 누가 말했는지 돌아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엠버였다.
“그림으로 된 규칙서도 만들어지지 않았었니?” 소녀가 말했다.
“농부들도 규율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말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 다른 소년이 말했다. “색칠하기 책이지.”
나는 종이봉투에 샌드위치를 다시 집어넣고 우유가 든 보온병을 집어 들었다. “오 이런, 쟤가 울려고 하나 봐.” 학생들이 거짓 울음소리를 내며 더욱 치밀하게 놀려댔고, 나는 구내식당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나는 더 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 * * * *
“어머니, 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학교에 어제 처음으로 등교한 후, 다음 날 아침이었다.
“왜 그러니?” 어머니께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계셨다.
“다들 절 싫어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 아이들이 온종일 저를 놀려댔다고요. 점심시간에도 말이에요.”
“그 아이들에게 너를 내버려 두라고 말했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우유와 시리얼을 한입 먹었다. 그리고는 시리얼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 아이들이 너에게 못된 말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너도 말을 하렴.”
“하지만 나는 상황이 끝날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걸요. 그 아이들이 웃으며 자리를 뜨고 난 후에서야 대꾸할 말이 떠올라요.”
“그렇다면 생각을 좀 더 빨리해야겠구나.”
네,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니.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저의 뇌는 너무 느리다고요.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때려주는 그것은 어떨까요? 여자아이들은 제외하고 말이에요.”
“여자아이들도 너에게 못되게 구니?”
“네.” 내가 여학생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또는 주먹질을 한다든지. 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는 주먹질이 더 하기 쉬울 것이다.
“그 학생들이 너를 괴롭히는 장소는 어디지?”
“복도하고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요.”
“알겠다. 수업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 시작하기 바로 전까지 이전 교실 안에 남아있다가, 그 아이들이 너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말고 서둘러 다음 수업 장소로 이동하렴. 점심시간에는 조용한 곳에서 보내고. 반드시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필요는 없잖니.”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니.”
나는 점심이 든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 버스를 타러 달려 나갔다.
* * * * *
점심시간에 나는 사물함에서 샌드위치를 꺼내어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조금 배회하다 축구장 안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가 텅 빈 관중석의 중간쯤에 있는 좌석에 앉았다. 왁스 종이로 포장된 달걀 샌드위치를 꺼내다가 운동장 반대편 관중석의 중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몸집을 보니 팻시였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할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옆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양쪽 다리에 금속으로 된 보호대를 하고 있는 소녀였다. 그들이 점심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기에 나는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더군다나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야 할 지 몰랐다.
그냥 저쪽으로 걸어가서 앉으면 될까? 아니면 함께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볼까? 만일 저 아이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때는 어쩌려고? 그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낫겠어.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나는 과학 교실로 30분 일찍 빈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이곳은 조용했다. 25분이 지난 후,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나는 교과서를 읽는 척했다.
“우와 저 아이 읽을 줄 아나 본데.” 남학생 한 명이 말했다.
“아닐 거야, 저 과학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겨 놨을 거야.” 아이들은 웃었다.
지금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만 해. 괜찮은 만화책이 뭐가 있더라? “응, 나는 슈퍼맨 만화책을 여기 갖고 있지.”라고 한다면, 아니야 그건 좀 바보 같잖아. “당연하지, 너도 교과서 안에 만화책을 숨기고 싶지 않니?” 아니야, 그건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니까, 그리고 저 아이는 한 수 위에서 날 놀릴 테니까, 그러면 나는 다른 받아칠 만한 말도 생각해야 해. 오, 하느님. 사회생활은 정말 어렵군요. 그냥 저 아이들이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때까지 조용히 있어야겠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 아마도 한 학기 내내 그럴 테지. 망할, 앞으로 3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히고 또 재치 있는 말들로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난 견딜 수 없을 거야. 팻시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견딜 수가 있는 거지?
애덤스 선생님의 역사 수업 시간에는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교실 뒷자리에 앉아 아무도 나를 알아채지 않기를 바랬다. 선생님이 칠판에 기원전 330년이라고 적고는 “알렉산더 대왕은 어디 출신이었지?”라고 물었다.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한 여학생 앞에 섰다. “넌 이름이 뭐니?”
“엠머 콜드스트림 입니다.”
“내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니?”